파리에 있을 때 한 번 발작이 있었죠. 그리곤 곧 멎었어요. 허나 그런 일이 일어난 다음부터 난 미칠 듯 한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죠.... 그래서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 정말 메스꺼운 일이에요. 아, 죽을병이라도 좋으니 흔히 있는 병이라면 좋겠어요.... 제가 무서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에요. 물론 저도 오래 살고 싶지만요. 그러나 이건 정말 소름 끼치도록 무서워요. 다시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밥을 먹여주고 또... 아, 말할 수조차 없어요! 죽어도 싫어요! 생각만 해도 못 참겠다구요. 몇 해고 이렇게 누워서... 늙어서 머리칼은 희어지고, 더구나 어머니는 저보다 빨리 돌아가시겠죠....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곧 죽지는 않을 거라구. 뇌연화증이라나 뭐라나...? 표현이 아름답지 않아요? 전 그 뒤로 병명을 생각할 때마다 앵두처럼 빨간 비단 커튼 같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걸 상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