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안 됩니다! 장로님들, 첩자라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발 당장 죽이지만은 말아 주세요. 지금 이 녀석은 아파요. 병을 앓고 있는 거라고요. 보름이나 못 자고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우리도 몸이 안 좋을 땐 그럴 때가 있지 않습니까? 내 몸이 내 몸 아닌 것 같고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그걸 사실이라고 믿기도 하잖아요. 그래요. 지금 이놈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걸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나갈 겁니다. 모래바람이 지나가듯, 이놈도 곧 멀쩡해질 겁니다. 이제 잠도 자고 먹이도 먹기 시작했으니까요. 나귀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제 아들이나 다름없어요. 이 녀석하고 같이 늙어 가려 했는데, 미중아, 아니 연암. 얼른 약속드려. 다시는 입을 열지 않겠다고,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