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어려서부터 죽은 세자이기보다 산 백정이고자 했습니다. 소인이 죽였나이다. 소신 발광하여 늙은 개 죽이듯이 죽였습니다. 소신, 미쳤나이다. 소신을 죽이소서. 미처 죽고 난 뒤에야 마마의 자식이 되오리다. 부셔라~! 저 탈을 부셔라~! 저것이 무엇이냐? 어이 무서운 것이냐? 그렇다면 내 너를 구해주리다. 부릅뜬 껍데기의 눈이 무서워서 어찌 살겠느냐? 그리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진정으로 풀려나는 일이렸다. 뇌성 보화 천존이시여~! 벼락이 하늘의 힘을 보이고자 하는가? 천둥이 하늘에 법을 말하고자 하는가? 뇌성벽력에 폭우를 쏟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따르지 않으면 어찌 되는가? 사람 사는 이 땅은 어찌 되는가? 힘과 법이 무엇이냐? 그 안에 갇힌 사람의 숨통을 풀어내지 못하는 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