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은 그만 두겠다고 벌써부터 말했잖아! 맹세해! 난 한번 한 말은 지키는 놈이야. 이래 봐도 글자 나부랭이나 배웠으니까. 이제부터 일을 할 거야. 저 영감님은 자원이라도 해서 시베리아로 가라는데. 어때, 같이 안 갈 거야? 너는 내가 이런 생활을 좋아하는 줄 알지만, 천만에. 난 똑똑히 알고 있어. 세상에는 나보다 더 큰 도둑질을 하면서 호의호식 하는 놈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까지 난 이렇게 자위해 왔어. 하지만 그건 아무 소용없어. 후회도 안 해. 양심? 흥, 양심 같은 건 믿을 수도 없어. 다만 한 가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게 있어. 좀더 다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 좀더 나은 생활을 해야 해. 나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단 말이야. 난 어릴 때부터 도둑질을 해왔어. 모두들 날보고 "이놈아, 이 도둑놈의 새끼!" 라고 했지. 그래서 난 "그래? 그럼 정말 도둑놈이 돼 주지." 그랬어. 이렇게 처음 도둑질을 시작했고,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됐단 말야. 그게 이 세상에 대한 발악이고 반항이었어. 세상이 미웠어! 돌아버리겠다구. 어느 놈 하나 날 도둑놈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 주지 않는 세상! 그래서 난 도둑이 되고 말았지. 넌 내 진짜 이름을 불러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