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어요, 면도칼! 아니 근데 갖다달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왜 그렇게 놀라시죠? 당신이야말로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발작을 일으키듯) 그럼 내가 미친 건가보죠! (면도칼을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그래요, 난 미쳤어요! 미친 건 내 쪽이에요! 그건 그렇고 당신은 어떻게 이 면도칼이 거기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아셨죠? 이걸 잃어버렸다고 날 얼마나 들볶았냔 말이에요! 이렇게 몰래 감춰놓고선 날…. 날 방 속에다 가두어버리겠다구요? 날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겠다구요? (몸을 부르르 떨며) 저 그림도 내가 떼버렸다구요? (책상 쪽으로 가서 서랍을 열어젖히며) 그리고 여기 들어 있는 이 시계는 뭐죠? 이 편지는 또 뭐구요? 이래놓고는 내게 다 덮어씌웠죠?(그에게로 다가가며) 이봐요, 이젠 당신을 여기서 도망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나밖엔 아무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라곤 없단 말이에요! 하지만 나 같은 미친 여자가 어떻게 성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겠어요? (반 미친 여자처럼) 이렇게 미치지만 않았더라도 난 당신을 얼마든지 여기서 도망쳐 나가게 해 줄 수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난 미쳤어요! 미친 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