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아요?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전부 다. 전부 다 어그러졌어요. 그 몇 푼 안 되는 월급, 겨우 그거 없어졌다고, 이렇게 모조리 후져질 줄 몰랐다고요. 엄마. 나 아빠 보고 싶어요. 사실, 내가 그리워하는 게 아빤지, 아빠 월급인지도 모르겠어요. 나 하루에 스티커 4800개 붙여요, 엄마. 우리 조 완품 대비 불량률 0.002%다! 내가 11년째 스티커 붙인 아줌마보다 더 빨리 붙여. 어제도, 눈깔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그 변태 부장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명진이, 일 잘하네?” 그러는데 엄마, 웃긴 게 뭐냐면. 내가 , 내가 너무 기쁜 거예요. 얼마나 기뻤으면, 그토록 기뻐하는 나를 죽여 버리고 싶더라니까? 이젠 내 기쁨이, 고작 스티커 잘 붙였다고 변태 부장이 머리 쓰다듬어주는 데서 오는 거야. 누가 날 이렇게 별거 아닌 인간으로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