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자는 달라요. 여자는 설사 사내들의 상투적인 칭찬이 거짓투성이의 진열장이라 해도, ‘유혹 당했다.’는 자기변명의 수단으로라도 좀 더 오래 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거니까요. 남자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급행열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에 어리는 풍경을 구경하듯이 대수롭지 않은 눈요기로 생각하겠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인생의 전부인 거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의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아세요? 병든 여자인지 아세요? 병든 여자도 아니에요. 부모가 없는 여자도 아니에요...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련한 여자란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예요. 남자의 모든 사랑의 기억에서 망각돼 버린 여자. 그 여자가 제일 참혹한 여자인거죠. 난 여자예요. 미칠 듯이 사랑을 받고 싶은... 그러나 당신에게 이미 사랑의 감정은 없어졌어요. 당신은 어제의 당신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