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거야 지금? 내가 언제 너한테 돈 해달라고 했어? 왜, 너도 내가 불쌍해 보여? 뭐? 애들이 그래? 나 때문에 힘들다고? 이해가 안 가네. 웃긴다.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럼 왜 내 일에 상관하는데. 언제부터 내가 니 남편 친구가 된 거냐? 내가 돌아온 때부터? 내가 사고 친 날부터? 아, 내가 극장에 간 날부터지. 영화를 봤어, 극장에서. 영화는 안 보여. 저 앞쪽에 있는 커플이 눈에 들어와. 그 커플도 영화는 안 봐. 남자는 팝콘과 오징어, 음료수 잔뜩 들고, 여자 노란 코트 깃을 만지작거리면서 목덜미에 키스 해. 그리곤 소곤소곤... 무슨 얘길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막 웃어. 난 그 둘을 계속 보고 그 둘은 계속 서로를 봐. 영화가 끝나기 전에 먼저 나왔어. 부러웠거든. 난 그 두 사람이 못 본 그 영화를 보러 저녁에 다시 표를 끊고 갔어. 근데 그 여자도 저녁에 극장에 또 왔어. 아까랑 똑같이 아침에 입은 노란 코트에 내가 사준 푸른색 목도리를 두르고... 내 팔짱을 끼고... 내 옆에서... 이번엔 그 여잔 영화만 봐. 난 코트 깃을 만지작거렸는데 여자는 계속 영화만 봐. 그때부터 난 니 남편 친구가 된 거지. 경진아, 고맙다. 싸구려 인생에 대해서 깨닫게 해줘서. 이제 니 인생에 차질 없게 그만 들러붙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