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사람들 모든 슬픔이 죄다 내 마음속으로 모였구나. 마치 가을날 밤비처럼 후두둑 빗소리 한 번에 근심 어린 한 숨 소리가 한 번. 내 따져 보건대 이제 더 이상 친지도 없고 오로지 집안에 드나드는 문객은 정영밖에 없습니다. 가솔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지 않으니 정영이 오면 어떻게 해서든 수를 내볼 생각입니다. 정영, 내 지금 사내아이를 생산하였네. 부마께서 자결하시기 전에 조씨고아라고 태명도 지어 주셨지. 정영, 그대가 그간 우리 조씨 집안을 드나들 때, 내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을 터, 분명 그랬지? 그랬지? 그랬지!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네. 정영, 어떻게든 그대가 이 아이를 구해주시게. 시간이 흘러 장성하면 그분을 위해 반드시 복수할 수 있도록 해주시게. 정영! 위급한 일을 만나면 가족을 생각하고, 위험에 처하면 친구에게 의탁한다 하지 않던가? 그대가 만약 내 피붙이를 구해준다면 우리 조씨 집안에 겨우 이 뿌리 하나가 살아남는 것이네. 정영, 정영, 정영! 아, 나를 믿지 못 한다. 알겠소! 정영, 내 그대가 마음을 놓고 갈 수 있도록 해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