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아! 나 다시는 연극 안하기로 했는데 (상준이를 만류하며) 너 나하고 한번만 더 연극 안 해볼래? 이건 진짜로 재미있는 거라구. 기다려봐. (탁자위에 올라가서 하얀색 시트를 얼굴에 두른다. 마치 잠자리에서 갓 깨어난 여인과 같은 모습이다.) 난 지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위에 올라서 있는 거야. 난 새처럼 날고 싶어.(팔로 날갯짓을 한다.) 넌 내가 훨훨 날 때 그 총으로 나를 쏘는 거야. 멋있지. 응? (상준, 출입구로 나가려하자) 동지! (상준, 멈칫 선다.) 동지! 난 동지의 적이요. 그러니 어서 그 권총으로 나를 쏘시오. (상준, 그 말에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권총을 뽑아든다.) 그래, 빨리 쏴. 난 죽고 싶어. 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거야. 하늘을 훨훨 날 때 죽여줘. 난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될 거야. 그러니 어서 날 쏴. 난 죽고 싶단 말이야. 빨리, 빨리 나를 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