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텐트를 친 이 숲속 바로 뒤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시냇가 용수로 입구에 얼마 전 발가벗은 여자 아이 시체가 떠 있었다. 내가 사는 이 작은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여자애를 죽인 건 이 동네에 사는 스무 살짜리 남자로, 다시 말해 나는 그 남자와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남자도 나를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인간’으로 우리를 키우려고 한다... 나는 되고 싶지 않은 내가 되어 버리고 말겠지. 그리고 제 아무리 저항해봤자 몸은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나도 언젠가 ‘어른’이 되고 말겠지? 그렇다면 나는 어른이 되기 전에... 내일 난 더 이상 이 세계에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