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자독백대사 아내가 결혼했다 - 인아 인아의 아파트 거실 / 밤 (문이 열리고 인아가 먼저 들어와 불을 켜면, 약간 긴장한 덕훈이 따라 들어온다. 덕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책장이 두 벽을 메우고 있다. 덕훈, 신을 벗으면서부터 "와...") 언제 다 읽긴요. (자기 책장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안 읽죠. (웃음) 그냥 헌책방이 좋아요! (책을 하나 뽑으며) 책을 사와요,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요, 그리구 햇볕에 말려요. 그리구 (다시 책장에 꽂으며) 꽂아요. 이렇게. (웃음) 그게 끝은 아니구, (다른 한권을 꺼내서) 가끔 다시 꺼내서 이렇게. 냄새를 맡아요. 그리구, (인아, 들고 있는 책 첫 장을 편다. 누군가 써놓은, '조동원님께. 항상 건승하세요. - 김은성 드림'이 보인다.) 김은성이 누구게요? (인아, 책을 덮어 표지를 보이면, 번역자란에 적힌 '김은성 역'이 보인다.) 네. 이 책 주인은 선물 받은 걸 버린 거죠. (웃음) 그리구... 또... 이건, (인아가 다른 책을 골라서 첫 장을 펴면 이번엔 '비오는 우울한 저녁에. 1978.6.7 지숙'이라고 씌어있다.) 1978년 6월 7일 저녁엔 비가 왔구, 지숙씨는 우울했대요. (책을 다시 꽂고는) 이게 제 취미에요. (상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