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사람이 아니다.
정형화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다.
배우는 광대 배(俳)자에 넉넉할 우(優)자를 가져다 합쳐 쓴 말이다.
사람 '人'과 아닐 '非'가 합쳐져, 곧 사람이 아닌 존재를 일컫는다.
게다가 사람이 아닌데도 넉넉하다는 것이니
가히 보통의 존재는 아닐 것이다.
또 배우의 옛 우리말 격인 '광대'의 한자 가차 표기는
'廣大'라고 한다. 넓고도 크다는 뜻이리라.
곧 비천한 재인(才人)이라 손가락질 했을망정 그-그녀가 품고 있다.
세상에 뿌려놓은 값어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뜻이기도
고금을 막론하고 배우란 그런 존재였다.
배우는 '어색(語塞)'을 유발한다.
물론 이전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인간형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곧 오늘도 완전히 다른 그 누군가가 되어가는
변태(變態)의 과정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존재다.
언제나 꿈꾸었던 인물의 삶을 대신 살아보기도 하고,
그토록 저주했던 원수로서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건 나 이외의 소우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열정이 없을 때는 불가능한 짓이다.
그래서 배우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사람이다.
종국에는 그 배움으로 얻는 영원한 가르침을
세상에 고스란히 돌려준다.
이는 예술이라는 장르의 직업인이기 이전에
삼라만상의 희로애락과 전쟁, 질투, 욕망, 복수, 추억,
죽음 등의 모멘트를 몸과 말로 표출하는 대리자의 역할인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