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율]
그날따라 운전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 날 있잖아요. 이도 저도 안되고 기분은 더럽고 그냥 막 달리다가 죽어도 좋고.
사고 난 뒤로 3년 만인가 비도 오는데 처음으로 그렇게 운전이 하고 싶었어요.
어디로 가는 지도 몰랐어요. 그냥 막 달렸어요. 무슨 폭주족처럼요.
어쩌면 델마와 루이서.. 그 영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날개 달린 듯이 하늘로 푹 날아가던 거.
근데 현실은 그게 안되더라구요. 차가 난 게 아니라 그쪽이 날았어요.
이렇게. 정말 이렇게. (티스푼을 쥐어 든다)
(티스푼을 책상 위로 떨어뜨린다.)
난 그쪽이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나 대신.
난 술 취한 운전자가 1차 사고를 내고 그냥 지나갔으면 좋았을텐데.
뺑소니 친다고 한번 더 밟고 지나갔어요. 그래서 다리가 이렇게 잘린거죠.
200. 이거면 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