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 막내 삼촌이 일 좀 도와달래요. (나영- 무슨 일?) 막내 삼촌 하는 일 많아요. (손가락으로 세며) 스크린 골프, 영어학원, 치킨집. 막내삼촌 재벌 될라고 그러나봐요. (나영, 기가 막히다는 듯 본다) 엄마, 집에서 아무 할 일도 없잖아요. 막내삼촌 일도 도와주고요, 시간도 보내구요. 비즈니스도 배우고요. 얼마나 아이디어가 많다구요. 얘길 해보면 정말 재미나요, 막내삼촌. (나영- 집안에서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하고 왜 어울리려고 그래.) (터지듯) 엄마, 나 엄마 말 잘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두 꾹 참고 있다구요. (나영-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데?) 내맘대로 살아보는 거요. 성공하고 안 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화나서 돌아서는 나영.) 엄마, 한번만 내 멋대로 살게 내버려둬 보세요. (나영, 파르르, 참는다. 민재, 바라보다 울음이 터지듯 나영에게 가서 나영을 안고 나영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미안해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엄마 때문에 그렇다는 게 아녜요. 난 그저... 미안해요.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책상으로 가서 의자에 주저앉는 민재) 세상은 나한테 너무나 좁아요. 내 눈엔 아주 작은 세상만 보인다구요. 다른 걸 보고 싶어요. 내가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 하는 다른 세상을요. (나영- 그런 세상을 막내삼촌이 보여준다는 거야?/ 민재,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며) 그래요, 엄마 말처럼 막내삼촌 좋은 사람 아녜요. 막내삼촌을 보고 있으면 어둡고 뒤틀린 세상이 보인다구요. 그래도 난 그런 세상이 보고 싶어요. 사랑도 해보고 싶구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슬픔도 느껴보고 싶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