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주 이상으로 신랑 공상두와 채희주의 결혼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후우…우린 이제 부부야.
공상두 앞으로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야.
채희주 아 좋은 생각이 있다. 지금 이대로 서울로 가자. 으리으리한 식당에 서 밥을 먹고 스카이라운지에서 술을 알딸딸하게 마신 다음에 이차 로 나이트에 가서 밤새 흔들어대자구. 어때?
공상두 됐어. 여기서 헤어지자.
채희주 싫어. 밥 한 그릇 근사하게 멕여서 보낼래.
공상두 (윗양복을 벗어서 채희주에게 걸쳐주며) 무슨 선물이 좋을까하고 한 참 고민했는데 못 골랐어. 마땅한 게 없더라구. 널 생각하면 양에 안 차. 이게 선물이야. 추워하지 마.
채희주 그래…난 그 말 믿어. 사랑은 단박에 가는 거라는 말. 자꾸 너한테 마음이 쏠리는 거야. 마음을 다잡을 겸 부산에 갔다. 영해 언니와 막 걸리를 마시다가 사발을 바닥에 떨어뜨렸어. 이게 깨지면서 언니 발 등에 얇은 사금파리가 꽂혔어. 피가 줄줄 흘러. 그런데도 햇빛에 사 금파리가 반짝반짝, 내가 뽑으려고 하는데 언니가 ‘냅두거레. 보석 안 같나?’ 보름쯤 지났을 거야. 엄기탁이가 병원으로 날 찾아왔어. ‘오늘이 형님 생일입니다. 가시죠.’ 너의 첫 데이트 신청이지. 차에 올라타면서 그 사금파리 생각이 났어. 가면 앞으로 가슴 아픈 날이 많을 것 같은데… 무슨 암시였나 봐.
공상두 나…간다.
채희주 사랑해.
공상두 소원이 하나 있다. 거기 있다가 니가 그리우면 돌아오고 싶다. 이 집 으로.
채희주 기다릴게. 불 켜놓고.
공상두 내 생각이 짧았어. 누군가를 너무 쉽게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힘내.
채희주 알았어.
공상두 가버리지 말까?
채희주 돌아서서 떠나라.
공상두, 채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떠난다.
채희주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