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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크리시포스

등록일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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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여자독백대사 아랑사또전 - 아랑

드라마여자독백대사 아랑사또전 - 아랑 (요란하게 들어오는 산발한 아랑, 큰 나뭇잎을 쓰고 헉헉대며 문 앞에 서 있다) (모닥불을 보고 반색하며) 불이다!(연꽃잎을 휙 던지고 후다닥 달려와 불 앞에 앉는 아랑, 맞은 편 은오의 미간은 점점 찡그려지는데...갑자기 옷고름을 푸는 아랑) (주섬주섬 앞섶을 열며 혼잣말로) 귀신이 되면 젖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춥지 않은 것만 빼면 사람 때랑 다 ~ 똑같아! (아랑, 윗저고리를 훌러덩 벗으려다 은오와 눈이 딱 마주치곤 멈칫 한다. 마주쳐 당황한 은오, 모른 척 눈에 힘을 주고 있다.아랑, 다시 저고리를 입고 고름을 매며 은오를 빤히 본다.은오, 고개도 못 돌리고 그대로 더더욱 눈에 힘을 주고... 아랑, 보더니 살짝 갸우뚱 갸우뚱한다. 은오, 그대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은오 앞에 손을 왔다 갔다 하며) 나 보이는 거 아냐? 분명히 방금 눈 마주쳤는데에? (손 휘저으며) 이봐, 과객. 나 보여? (아랑, 벌떡 일어나 은오 옆으로 바짝 와 앉아 얼굴을 바짝 들이 민다.아랑의 하얀 얼굴이 은오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한다. 그 하얀 얼굴을 꼼짝 않고 쳐다보는 은오) (속삭이듯) 나... 보여? (빤히 보더니 검지손가락을 들어 은오의 얼굴 가까이 가져간다. 꿀꺽, 침을 삼키는 은오. 목울대가 꿀렁한다. 검지손가락으로 은오의 뺨을 쏘~옥 누르는 아랑 은오가 반응이 없자 손을 내리고 갸웃하곤 다시 은오의 얼굴에 바람을 불어 보려고 입안에 숨을 들이 모으며 입술을 쫑긋 모은다. 막 후~ 불려는데, 갑자기 천정이 찢어질 듯 한 돌쇠의 코골이 소리!! 깜짝 놀란 아랑, 휙 돌아보면 코를 골며 몸을 뒤척여 대자로 눕는 돌쇠)(찡그리며) 시끄러!(벌떡 일어나 돌쇠의 배 위에 털썩 걸터앉는다. 조용해지는 돌쇠... 은오, 그제서야 눈에 힘을 풀고 모닥불을 바라본다.) (돌쇠의 배에 앉은 채로 양 손으로 턱을 괴고 은오를 빤히 보며) 그래, 보 일 리가 없지. 무당도 아닌 것 같은데.과객은 무슨 사연이 있어 이 밤에 이 깊은 산을 넘는 거야? (밖을 돌아보며) 뭐, 사연이 있어봤자 내 사연보다 깊겠어?(후딱 은오를 돌아보며) 비도 오는데, 내 사연 좀 들어 볼래?(한숨 쉬며) 어휴~ 내가 말야, 증말 기가 막혀서... 내가~ 어느 날 눈을 떠보니까 저승사자를 따라서 걷고 있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내가 꼼짝없이 저승엘 가게 됐잖아.한참 가다보니까 황천강이 보이는 거야. 이제 정말 끝인가 싶었는데 글쎄, 날 묶었던 붉은 오라줄이 저절로 풀리는 거야. 내 그 길로 엉겁결에 튀었지.근데 뭔가 이상한 거야. 암만 생각해도 내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 거야.이름도 모르겠고, 대체 내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겠고...정말 기가 막히지 않아? 대체 난 누굴까? 과객이 날 볼 수 있음 좋을 텐데... 부탁 좀 하게(은오, 그 말에 아랑을 등지며 슬그머니 드러눕는다.)응? 자는 거야? 벌써? 내 얘기 좀 더 들어 봐. (아랑, 돌쇠의 배에서 벌떡 일어나자 돌쇠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한다.후다닥 은오 앞으로 와서 쪼그리고 앉자 얼른 눈을 감는 은오)난 그렇게 생각해. 이게 다아~ 옥황상제 영감탱이 짓이라고.저승 가면 영감탱이한테 꼭 따질 거야 (실망해 보며) 자? 내 얘기 좀 들어 주지. 내가 말할 데가 없어서 그래. (살짝 한숨을 쉬더니) 에잇. 그럼 나도 잠이나 자야지 (은오 옆에 양팔을 괴고 옆으로 누워 웅크린다. 은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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