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 - 기태
거리 / 낮
(기훈의 차 뒤를 오토바이가 바짝 뒤쫓는다. 기훈, 길을 비켜주듯이 차선을 바꿔준다. 오토바이, 추월하지 않고 바로 기훈의 뒤를 따라 붙는다. 기훈, 속력 낸다. 오토바이, 또 그만큼 바짝 붙는다. 차 꽁무니와 오토바이가 거의 닿을 것 같다. 기훈, 차를 세워버린다. 놀란 오토바이도 급정거한다. 기훈,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 쪽으로 온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 헬맷을 벗으면, 기태다.)
(오토바이에 헬맷 내려놓고, 엉덩이 사이에 낀 가죽바지를 잡아빼며 기훈에게로 가면서) 갑자기 서면 어쩌란 말야?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럴라 그러지?
(가죽장갑 제대로 여미어 끼 며) 여긴 어쩐 일로 왔느냐면 말이다,
(해놓고 퍽! 기훈에게 주먹 날린다.)
(내려다보며 점퍼 안주머니에서 사진들을 꺼내 펄럭펄럭 기훈의 얼굴 위로 뿌리는)
이거 찍은 놈이랑 몇대 몇? 반씩 나누기로 했냐? 아니면 육대 사? 칠대 삼?
(기훈이 대성도가에서 일꾼으로 일하는 모습들이 잔뜩 찍혀있다. 일꾼들과 함께 누룩을 밟는, 고두밥을 너는, 대성에게 야단을 맞는, 술독을 옮기는, 출하하는 날 술박스를 트럭에 싣는 기훈들이다.)
니가 머리가 꽤 잘 돌아가. 이런 거 신문사에 돌리면 말거리가 된다.
응, 말거리가 되겠어. 홍한석씨 숨겨진 아들내미는 구박덩어리라서, 촌구석 양조장에서 막일이나 하는 신세라구
그 형들이랑 아버지랑 싸잡아서 인간 말종들이라구, 아주 잘근잘근 씹어대기 딱 좋겠어, 응, 머리 좋아, 아--주 좋아.
(기훈, 일어서서 터진 입 쓱 닦고, 기태를 정면으로 본다)
응? 뭐 할 말 있어? (기훈, 웃는다) 응? 웃어?
응, 할 말 있으면 해 봐. 형짜 빼고.
아 나 이 자식 이거 (주먹으로 기훈의 어깨를 툭 툭 치면서) 각종 가족관계에 붙이는 호칭은 빼구 말하란 말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