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달라진다구? 노력이 나를 만든다구?
그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나도 노력했어.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달라지는 모습, 나아지는 모습 너한테 증명해보이구 싶었다구.
너랑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근데...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도 안달라져.
나아기긴 뭐가 나아져. 노력하면 할수록 절망만 더 커져.
수많은 아파트들 중에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하나도 없어.
아무리 벌어도 계속 마이너스야, 절대 플러스가 안된다구.
근데, 이런 내가 너랑 결혼을 해? 애를 낳아..?
너랑 나 사이에서 태어난 그 애는, 없는 부모밑에서 공부하고 대학가고 일해야 할 그애는 무슨 죄야.
무슨 죄로 나처럼 살아야돼.
남들은 쉽게 사는 그 가방, 우리 엄만..그 가방 몇 개에 목숨이 왔다 갔다해.
그래서 결국 그거 훔쳤는데, 그거 훔친 돈으로 수술비 마련했는데..
수술 받고 나온 엄마 보면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이 뭔줄 알아?
'언제 또 모으지..'
입원비, 항암치료비, 약값, 나 눈앞이 캄캄해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니까.
병원비 계속 들어가니까.
수술 잘 끝났다해도 하나도 안 기뻐.
그래, 나 어쩌면..어쩌면 실망했는지도 몰라.
차라리 돌아가실 줄 알고.
희귀암이래잖아. 해당사항이 없대.
이런 젠장 무슨 암을 골라가면서 걸리냐.
이게 사람이냐?
니가 전에 알던 소인찬은 사람이었는지 몰라도 지금 나는 사람아니야.
근데 너는 지금.. 넌 내 옆에서 뭐하고 있는거야..
왜 아직도 내 옆에 남아서 이런 꼴까지 지켜보냐고. 왜, 왜. (버럭)
......니가 내 옆에 있으면 나 정말 미칠것 같아.
너무 찌질하고 못나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