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요? 내가 짜버려야 될 고름이에요?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툭하면 나무젓가락이니 고름이니, 싹수가 노라네, 인간이 덜됐네,
아버지가 언제 저 사람대접이나 해 주셨어요?
아버지한테 자식은 설칠이 뿐이잖아요!
어려서부터 이날 이때까지 설칠이! 설칠이! 설칠이!
설칠이 반만 따라가 봐라, 설칠이 발뒤꿈치나 따라가라.
저요, 아버지가 그 말 하실 때마다 가슴에 피멍이 들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허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다고요!
아버진 저한테 설칠이한테 하는 반에 반에 반만큼이라도 해준 적 있으세요?
설칠이한테 하듯이 한번이라도 저한테 다정하게 대해준 적 있으세요?
너 이거 잘한다, 잘할 수 있다, 칭찬 한번 해준 적 있으세요?
무용대회 나가서 상을 타와도 미술대회 나가서 상을 타와도 아버진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잖아요!
무조건 못난 놈, 못난 놈, 못난 놈. 그래요. 저 이거밖에 안 돼요.
이거밖에 안되는 걸 어떡하라고요?
죽으라고 쫓아가도 설칠이 반에 반도 못 쫓아가는데 저더러 어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