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앞으로 회사는 또 어떻게 다녀. 내일이면 벌써 파면 됐을 텐데. 그렇다고 이 꼴로 야반도주해서 경성 가면, 언니 고향 사람들은 또 모를 것 같애? 요새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내일이 언젠데! 우리한테 언제 내일이 있었어! 왜 맨날 사람들 내일, 내일 해. 지금 얘기해! 여기서 얘기하자고! 아니야 오빠. 나 아무리 속없어도 그냥 건성으로 던지는 얘기 아니야. 우리가 자급자족 다 해결할 수 있잖아. 물론 나 삶의 경험 없지만, 우리 머리 맞대면 그래도 방법 있을 거 아니야. 언닌 피해자야. 피해자가 왜 이렇게 괴로워해야 돼. 언니가 조선인이라서? 이제 와서 조선인, 일본인이 어딨어. 그리고 우리, 물론 난 뒤늦게 왔지만 함께 뭉치면서 살았잖아. 이제 와서 요시에 언니 이거 하나 해결 못 해 우리가? 언니, 애 낳아. 내가 키울게. 나 가슴 아직 밋밋하지만 언니 애 낳으면 내가 내 젖 맥여서 언니 아이 기죽지 않게 키울게. 언니 내 맘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