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 마세요. 다 알고 왔어요. 아가씬 노인들한테 손해를 입힐까 봐 사랑을 포기했지요? 자기를 믿어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싫어서. 알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남 헐뜯기 좋아하는 정서방도 당신을 천사라고 부르는 것을. 아가씨, 신랑이 될 뻔 한 사람은 당신의 가치를 몰라주었죠? 난 날마다 아가씨가 배고픈 사람들한테 밥을 주고 쉴 곳을 주는 모습을 장작개비처럼 서서 보았어요. 너무나 아름다웠소. 이제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겠지요? 사천의 착한 사람은 영영 사라져버리나요? 허락해 주세요. 당신을 돕고 싶소. 다른 말은 필요 없어요. 여기 있어요! 백지 수표. 내 사인입니다. 원하는 금액을 적어 넣으면 돼요. 원하는 대로, 그럼 가보겠어요. 조용히 겸손하게 아무 권리도 주장하지 않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존경심에 가득 차서. 전혀, 사심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