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연히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게 됐어요. 느닷없지만요. 열 살 때 찍은 사진이었죠. 그 사진을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나 자신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인정하기 어려웠어요. 항상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으니 내가 누군지 나 자신도 모를 수밖에. 전 어려서부터 순종 잘하는 줏대 없는 아이였어요. 정도껏 표현하고, 정도껏 자신을 숨기면 어떤 상황이든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일찍 깨달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유감스럽게도 숨기고, 솔직하지 못하고, 비밀이 많은 사람이 돼버렸네요. 한 번은 부모님께 배우가 되고 싶다고 슬쩍 던진 적이 있었는데, 비웃음만 사고 포기하고 말았죠. 내가 내 뜻을 굽히면 굽힐수록 부모님은 좋아하셨거든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같은 식이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진 내가 착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라 겁쟁이라서 그랬던 거예요. 지금 난 내가 자신에 관해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게 내가 잘못 살아 온 이유라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