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가 먼저 시작했어. 나 봤어, 걔 눈빛. 아, 이놈 별거 없구나 하는 그 재수 없는 오만 정 떨어지는 눈빛. 여자들 만나다 보면 보이는 눈빛 있어. 아, 이놈 별거 없구나. 이제 어떻게 헤어져야 될까? 뭐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어떻게 족칠까. 처음엔 나도 무지 기어. 기어야지 뭐. 그래 나 별거 없는 놈인 거 안다. 근데 나 만나면 재미는 있다. 심심하진 않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도 뭐 안 되면 뭐 그럼 별 수 있어? 끝내자는 데 끝내는 수밖에. 그럼 그때부터 죽어라 싸우는 거야. 내가 영화를 혼자 봐서 헤어진 걸로 만들고, 걔가 새벽에 딴 놈이랑 톡 해서 헤어진 걸로 만들어야 돼. 절대로 내가 별 볼일 없는 인간인 거 그게 들통 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나도 알아.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 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나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