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까짓 거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일할 수 있다구. 나도 일할 수 있다니까. 난 먹고 자면서 창고나 지키고 있으라고? 나도 형처럼..... 나 때문에 사장님이 형 싫어하는 거지? 그래서 보배 씨랑 결혼도 못 하지? 그럼 뭐 때문인데? 우리가 가진 게 없어서, 아니면 고아라서? 차라리 보배 씨랑 도망가서 살아! 나 때문이 아니라면서. 그럼 둘이 도망가서 잘 살면 되잖아. 그렇겠지, 나 때문에 도망도 못 가겠지. 다리병신인 나 때문에! 이 갑갑한 창고 안에서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형 얼굴이 나처럼 하얗게 바래지는 거 더 이상 못 보겠어. 형은 나가서 살아.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라구! 나도 이젠 혼자 살고 싶어. 꼭 시인돼서 형 보란 듯이 잘 살 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