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난 그걸 붙잡을 손이 없어. 벌써 기적 하나를 꽉 붙잡고 있거든. 암. 죽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그것만한 기적이 어디 있겠어. 난 왜 암에 걸렸을까? 왜 이 벌들은 나한테 내려앉았을까? 아마 이 벌들이 나한테 앉은 건, 내가 이미 꺼져 버린 불이기 때문일 거야. 내가, 썩어서 속이 텅 빈 고목쯤으로 알았던 거겠지. 먼 길 가는 얘들이, 잠깐 편안하게 쉬어 갈 나무둥치가 되기 위해서 암에 걸린 거야. 그게 내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야. 살면 된다고? 난 내가 무엇인지 잘 알아. 미쳐서 그걸 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네. 대안 씨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라져 주는 게 의무라는 말, 그거 묘하게 위로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