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못 있겠어. 난 누굴 기다리는 게 제일 싫어. 저쪽 놈을 기다리노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라. 일이 잘못된 건 아닐까, 이 자식이 배신한 건 아닐까, 짜부가 낌새챈 건 아닐까.... 의신의 연속이지. 난 소매치기로 입봉 했어. 그때 내 나이가 열대여섯쯤? 시골 어느 농장에서 실습훈련을 받았어. 창고에다 새끼 돼지를 풀어놓고 난 양 손가락 사이에 면도칼을 차고 둘째 오야가 귀! 하면 귀를 베고, 배! 하면 배를 베고.... 돼지는 꽥꽥거리며 도망치고 난 신이 나서 쫓아가고. 돼지가 죽을 때까지 왼종일 그 짓을 하고 나면 내 옷은 선지피로 온통 시뻘갰다고.... 후후후 아마 평생을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