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렇게 사랑만 해주고 말없이 떠났어요? 내 동생 기준이한테 원망 듣는 게 싫고, 야학생들한테 원망 듣는 게 싫어서? 그럼 나는? 나는 뭐예요? 마음 주고 순결한 몸까지 준 바보 같은 양인가요? 민호씨를 홀린 나쁘고 못된 거리의 백여우예요? 하찮은 버들가지는 될까요? 아뇨, 몰라요. 두텁게 사랑했다고요? 민호씨는 그냥 나의 얼굴과 탐스러운 육체에만 욕심이 났던 거예요. 아...... 그럼 나는 당신의 안식처, 그러니까 일종의 비상구였군요? 그런데 떠나셨잖아요. 나만 그 고독한 형극의 길에 내던져놓고 당신 혼자서만! 비겁하고 유치한 변명이에요. 나더러 어떻게 헤쳐 가며 살라고요. 민호씨.... 그냥, 그냥 나한테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