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여자하고 눈이 마주쳤거든. 얼굴은 보이지 않는 데도 날 쳐다보는 까만 눈을 볼 수 있더라구. 기분이 이상했어. 그 여자를 안아주고 싶다고나할까… 다행히 택시가 오길래 얼른 집어탔어. 여관방에 누워있는데 그 여자 눈이 자꾸 떠올랐어. 2만원만 내라고 했거든. 언젠가 보았던 눈이었어.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눈빛은 분명히 어디 선가 보았던 게 틀림없어.(표현하려고 애쓰며) 개를 때려잡는 걸 본적이 있었거든. 철사줄로 만든 올가미를 개 목에 건 다음에 나무에 매달아 놓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거든. 그래야 고기가 부드럽대. (사이)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그 여자 눈을 보았을 때 내가 몽둥이로 호되게 두들겨 맞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데쟈뷰? 그래… 그 여자한테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애. 그런 게 아니었다니까. 그 여자하고 자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값싼 동정심인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남이 아닌 것 같았어.(사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전하군. 넌 전에도 그랬어. 내가 어쩌다 다른 여자 얘길 하면 넌 그랬었잖아. 좋은 여자인 것 같은데 좋아하면 자라고. 넌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