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놈이 제 목을 스스로 메겠어요! 난 오늘 만년필을 움켜쥐고 십일 층이나 되는 델 뛰어 내려왔어요. 그러다 갑자기 발을 멈췄죠. 빌딩 중간쯤이었어요. 그때 난 하늘을 봤죠.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본 거에요. 일하고 먹고 다리를 뻗고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시간을... 난 만년필을 들여다봤습니다. 뭣 때문에 내가 이런 걸 훔쳤을까. 난 왜 마음에 없는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쓰지? 내가 원하는 건 바보 구실 밖에 못하는 저 사무실 안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인간이라는 걸 안다고 말만 하면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 주는 저 탁 트인 넓은 들판에 있다고. 왜 난 그 말을 못하죠? 아버지, 전 한 다스에 일달러짜리 싸구려예요. 아버지도 그렇구요. 우리 부자는 남을 지도할 자격이 없어요. 뼛골이 빠지도록 일이나 하는 세일즈맨에 불과해요. 결국 어떻게 됐죠? 다른 외판원들이나 마찬가지로 쓰레기통 속에 처박히고 마는 그런 싸구려 인간들이라고요! 전 한 시간에 일 달러짜리 인간이예요. 일곱 주를 돌아다녔어도 그 값밖에 못 받았어요.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무슨 선물이라도 사들고 올 줄 아신다면 큰 착오예요. 이젠 그만 단념하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