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ㅡ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축배를 들겠소! 그리고 참석하지 못한 친구 뱅코우를 위해서도...
그 분의 불참은 참으로 유감이오. (잔을 높이 쳐들고) 자ㅡ 모두들, 서로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 자, 듭시다! 드시죠! (건배 도중 유령이 나타난다. 유령보고 놀라면서 잔을 떨어뜨리고) 썩 물러가라! 내 눈 앞에 나타나지마! 땅 속으로 꺼져라! 그대의 뼈 속엔 골수가 없고 피는 싸늘하게 식었다. 그대가 아무리 날 노려본다 해도 그대의 눈은 사물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난 사내대장부로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덥수룩한 러시아 곰이건, 뿔로 무장한 물소건, 헤케니아의 호랑이건 그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도 좋으니 제발, 제발 그 모습만으론 나타나지 말아라. 차라리 다시 태어나 아무도 없는 황야에서 나에게 검을 들고 도전하라! 그 때에도 내가 만약 지금처럼 떨고 있다면 날 어린 계집애라고 놀려도 좋다. 썩 물러가라! 몸서리치는 환영아! 썩 물러가라! 허황된 허깨비야... (유령 사라진다) 그래... 그래야지... 그대만 사라지면 난 대장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