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로미오, 로미오님! 왜 이름이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잊으시고 그 이름을 버리세요. 아니, 그렇게 못 하시겠다면, 저를 사랑한다고 맹세만이라도 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캐풀렛의 성을 버리겠어요. 당신의 이름만이 내 원수예요. 몬타규네 식구가 아니라도 당신은 당신. 아, 딴 이름이 되어 주세요! 몬타규네가 뭐람? 손도 발도 팔도 낯도 아니고, 신체의 어떤 부분도 아니잖아. 도대체 이름이 뭐람?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도 똑같이 향기로울 게 아닌가? 로미오, 역시 로미오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그 이름과 관계없이 본래의 미덕은 그대로 남을게 아닌가. 로미오님, 그 이름을 버리시고 당신의 신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 이름 대신에, 이 몸을 고스란히 가져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