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냥 노동일을 하는 사람들은 놀 땐 확 놀 수 있어서 멋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난 지금 이렇게 미인과 즐겁게 얘기하고 있지만 저쪽엔 쓰다만 소설이 기다리고 있는 걸 한시도 잊지 않고 있지. 그 먹물을 찍어놓은 듯한 눈.... 이렇게 아가씨를 보고 있지만 난 이것을 소설의 어느 부분에 써먹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꽃냄새가 난다! 그럼 재빨리 메모를 하지. 달콤한 향기. 시골의 한 낮....이걸 20년 전에 헤어진 옛 애인들이 만나는 부분에서 써먹자, 라고 말야. 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 부분을 또 써먹을 생각을 하지. 소설가와 소녀와의 사랑! 모조리 잡아넣는 거지, 모조리. 혹시 모르는 거니까. 이런 폭풍이 지나고 나면 난 연극을 보거나 낚시질을 하거나 둘 중 하나지. 그래도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