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환]
(거울을 보며) 난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해야 공부가 잘 돼.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나의 몰입한 모습을 볼수록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이 나.
거울 보면 죄다 변태냐? 그러는 넌 공부할 때 징크스 없어? 영어반 1등급 미희는 꼭 창가에서 공부해야 되고, 스페인어 반 충식이는 시험 기간만 되면 머리를 안 감고. 불어 반 준호는 시험 일주일전부터는 하루 한 끼만 먹는데. 배부르면 나태해진다고. 갠 식이장애냐?
아까 너희 엄마가 너 공부 방해 될까봐, 조용히 문 앞에 놓고 가셨다. 숨은 쉬고 사시냐?
너 진짜 시험 잘 봐야 되겠다. 나야 떨어지면 농장 물려받아 영농청년 하라고 아버지가 겁은 주시지만,
부모님이랑 떨어져 있으니까 부담은 좀 덜한데. 넌 장남이잖아.
좋긴. 미쳤다고 농사를 짓냐? 서울에 왔으면 서울에서 죽어야지. 떵떵거리면서 외제차에 좋은 옷 입고,
제주도 한라봉이라고 놀리던 놈들 보란 듯이 성공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