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국에 갈까봐. 내가 가고 나면 너도 방 얻어서 여기서 나가라. 이 지하실은 오래 살 곳이 못돼.(그제야 상준이가 짐꾸리는 것을 보고) 그런데, 결국 니가 먼저 이 방을 떠나는구나. 넌 좋겠다. 배우가 되면 나도 멋지게 고향에 가고 싶었는데... 시골에 누나 한분이 계시지. 아주 좋은 분이셔. 배우가 되어서 돈을 벌면 우리 누나를 깜짝 놀래주고 싶었었지. 생각해봐. 난 맨 먼저 까만 리무진 한대를 사는거야. 그리고 우리마을 입구에 있는 주막에 도착하면 정자나무 밑에 차를 세우게 한 뒤에 난 그냥 걸어가는 거야. 기사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핸드폰으로 연락하겠네." 난 뒤가 두갈래로 터지고 앞에는 금빛 단추가 두 줄로 달린 까만색 따불에 선글린스를 끼고 손에는 007백을 들고 걷기 시작하는 거야. 아카시아가 늘어진 길을 걷다보면 길옆에 있는 논과 밭에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겠지. 동네아이들이 몰려들어 수근거리고, 물 길러가는 동네 아줌마들이 날 쳐다봐도 모른척하고 나는 똑바로 걸어가는 거야. 쪼다새끼, 오디션에 떨어진 새끼. 세상천지 가망없는 이 김승길이가 출세하여 고향에 올 줄이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 연출새끼도 몰랐을 거야. 아이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고개를 살짝 돌린 뒤에 약간만 웃어준 뒤 다시 길을 따라 걷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