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변호인, 최후 변론 하세요)
흔히들 말합니다. 죄 없는 한 사람에게 형벌을 주느니 죄 있는 사람 열명을 풀어주는게 낫다. 왜 일까요?
그건 증거에 입각하지 않은 판결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정의에 가장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한철민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사도 인정했듯이 모든건 정황뿐입니다.
하지만 거기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 사건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 건 모든게 증거가 아닌 정황에 근거했기 때문입니다.
형사들은 증거도 없이 한철민씨를 부녀자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했고 입증할 수 없는 것들로
피해자에게 찾아가 사실인양 이야기했습니다.
극도로 불안해진 피해자는 어머니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어머니 역시 딸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몬 건 바로 정황에 대한 그릇된 해석입니다.
우린 그걸 선입견이라 부르죠.
한철민씨는 그저 감정 표현에 어색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고, 직업에서 기인한 결벽증이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선입견들이 모여 그를 살인마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선 모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검사 측이 주장한 모든 정황을 냉정하게 의심하시길 바랍니다.
과연 검사 측 주장엔 아무런 의혹이 없는 것인지, 정말 부인이 죽기나 한 것인지!
자.. 제가 셋을 세면 저 출입문을 통해 부인 서정아 씨가 들어올겁니다.
하나.. 둘.. 셋!
혹시.. 출입문을 쳐다보셨나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피고인의 부인이 정말 죽은 것인지 의심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 실험으로 여러분이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 겁니다.
그러니 이제.. 피고인 한철민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